교원강연1 「문화는 매력적이어야 하는가?: 우포표이(민족공생 상징공간)에서의 아이누의 표상을 둘러싸고.
渡部宏樹 (와타베 코오키/쓰쿠바대학교 인문사회계·조교)
본 발표는 일본 소수민족인 아이누의 현대 일본에서의 표상에 관하여 논의한다. 아이누는 홋카이도, 사할린, 쿠릴에 거주하는 수렵 채집 민족으로 옛부터 오호츠크해 일대에서 경제활동을 해왔다. 19세기 열강들의 영토 확장에 의해 일본과 러시아의 국민으로 통치를 받아 일본에서는 명치정부의 동화정책에 의해 和人(일본인)과의 혼혈이 진행됐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으로 선주민의 권리회복 운동이 일어나면서 특히 21세기에 이르러 아이누의 권리회복을 위한 법 정비가 활발해졌다. 2020년에는 홋카이도 시라오이쵸(白老町)에 아이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복합시설로서 「우포포이(민족공생 상징공간)」가 개업했다. 우포포이라는 말은 아이누어로 「(많은 사람들로) 노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에서도 2014년에 연재가 시작된 만화 『골든 카무이』의 영향으로 아이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만화의 주인공 캐릭터인 아이누의 소녀는 2019년에 대영박물관에서 개최된 일본 만화에 관한 전시에서도 키비주얼로 사용됐다. 우포포이 안에 있는 국립 아이누민속박물관에서도 이 만화의 비주얼이 사용되었고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축, 체험형 시설, 아이누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등과 함께 일반 방문자들에게 아이누 문화의 매력을 호소하고 있다.
가이드의 호스피탤리티는 높고 전시에는 다양한 궁리가 되어 있으므로 우포포이가 의욕적이고 매력적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和人(일본인)에 의한 아이누 차별의 역사의 체계적인 설명으로서는 부족한 점도 있다. 한편, 우포포이는 현재의 아이누가 문화를 부흥하려는 노력의 다양성이나 그 어려움을 표현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고 그 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본 발표는 이 양면에 관하여 언급하면서 「문화는 매력적이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를 생각해본다.
1.전시의 권력성과 제국주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의 전시는 권력관계의 표현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걸쳐 만국박람회에서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인들을 데리고 와서 거기서 생활을 하게 해여 「미개한 원주민」으로써 전시되어 있었다. 일례로 다음 사진을 보자.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1904년)에서 「전시」된 필리핀의 이고롯족
이것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에서 필리핀의 이고롯족의 「전시」 모습을 찍은 것이다. 정장을 한 남자들이 울타리 건너편에서 반라의 이고롯족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사회 사람들을 「미개」한 것으로 전시하고 이들에 대한 서구 국가들을 「문명」적인 것이라고 표상함으로써 만국박람회는 제국주의적 확장을 정당화하는 기능을 다하고 있었다. 요시미 슌야 『박람회의 정치학』은 이를 「19세기 말의 사회진화론과 인종차별주의를 직재적으로 표명한 전시 장르」라고 지적했고 이런 종류의 전시는 현재에서는 「인간동물원」이라고 불리며 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전시의 배후에 있는 제국주의나 인종차별과 아이누와의 관계는 국립아이누민족 박물관의 패널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의 전시(2020년 9월 15일 저자 촬영)
「일본에서는 1877(명치 10)년에 제1회 국내권업박람회가 개최되어 이후 다양한 박람회가 개최되어 왔다. 그 후, 오키나와와 그 외 홋카이도, 사할린, 타이완의 선주민족이 박람회장에서 생활하면서 스스로의 문화를 소개할 것을 강요받았습니다.」 이 짧은 해설문 속에서 「소개했습니다」가 아니라 「소개할 것을 강요받았습니다」가 되어 있는 점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한마디에는 본래 상술한 제국주의, 식민지주의, 인종차별과 같은 과거의 역사적 문맥과 이에 대한 반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와 그 외 홋카이도, 사할린, 타이완의 선주민족」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대일본제국의 식민지주의와의 관계는 알 수 있으나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인 이상 한 걸음 더 나아가 명시적으로 설명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덧붙여 이 「박람회와의 관계」라고 하는 패널의 바로 위에는 다음과 같은 패널이 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맥이 명확하지 않게 되어 있다.
이 패널의 「전통을 (매력적으로) 보인다」라는 제목은 마치 아이누민족이 자문화의 매력을 발신하기 위해 항상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과거의 박람회에 관여해온 것처럼 역사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역사 기술은 정확하지 않다. 이 패널은 아이누가 1904년의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에도 참가 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지만 이 박람회에서 상술한 이그롯족 사람들의 「전시」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본래, 박물관의 기능이란 그러한 역사적 및 학술적인 문맥을 제공해서 방문자들의 이해를 깊이 해야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전시라고 하는 문화적 제도의 정치성에는 언급하지 않고 아이누 문화의 매력에 논의가 축소되어 버린 것이다.
매력을 발신하는 것에 역점을 두는 것은 우포포이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이는 국립 아이누민족박물관의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스플레이나 홍보용 프로모션/비디오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이며 국립 민족학박물관이 발행하고 있는 홍보지인 『월간 민박(民博)』의 특집에「우포포이에서 아이누 문화를 (매력적으로) 보이다」라는 제목이 부여된 것을 봐도 명확하다.
2.현대 아이누의 복잡함과 「세틀러 콜로니얼리즘(settler colonialism)」
현대의 자본주의사회에 있어서 매력을 서로 경쟁하는 것을 강요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우포포이의 방침을 부정하는 것은 어렵다. 실제 아이누문화를 체험하게 하려는 의사를 명확하게 느끼고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가 궁리되어 있고 가이드 분들도 훌륭한 호스피탤리티를 발휘하고 있다. 그 선의에 전혀 의심은 없지만 매력의 발신을 중시하는 나머지 잘 되지 않는 점도 있다.
예를 들면 옥외에 재현되고 있는 치세라고 하는 가옥은 실제로 방문자가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체험을 중시하는 자세가 나타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지의 가이드분에 의하면 안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소방법의 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어 결과적으로 건축물은 현대의 공법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서 본래의 치세의 분위기는 없어져 버렸다. 이것은 예를 들어홋카이도 박물관에 재현되어 있는 치세와 비교하면 명백하다.
치세의 표현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본제국주의와의 대치나 현대의 아이누가 놓인 상황에 대해서는 우포포이 전체보다도 홋카이도 박물관이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표현되고 있다. 홋카이도박물관에는 「현재로 이어지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 라는 섹션이 만들어져서 아이누의 어머니와 규슈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시각에서 현재의 아이누를 배운다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 섹션의 「현재를 알다」라고 제목을 붙인 패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아이누 민족의) 상당수는 홋카이도에 살고 있습니다만 취직이나 진학, 결혼 등을 계기로 도쿄나 오사카 등 각지에 생활의 장소를 옮긴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중략] 현대에서는 아이누 사람들만 사는 마을 같은 장소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의 아이누민족은 일본의 다른 사람들과 같은 지역 안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간결하지만 매우 중요하다. 현재 「아이누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아이누 민족의 문화는 날조다」라는 논란이 산견할 수 있으나 이들 논의는 만화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스테레오타입적 문화 표상과 같은 것이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아이누는 화인(일본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문화는 근현대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이누 민족이나 문화의 존재를 부정하는 논의는 이런 문화와 문화가 접촉할 때의 복잡한 과정을 무시하고 있다.
세틀러 콜로니얼리즘(settler colonialism)이라는 개념이 문화와 문화 사이에 있는 역학관계를 잘 설명한다. 이 말은 일본어로는 「입식식민지주의」나 「식민을 동반하는 식민지주의」 등으로 번역되지만 나는 「인구 치환형 식민지주의」라고 설명하고 있다. 식민지경영이라고 하면 종주국으로부터 소수의 관료나 군인이 식민지에 파견되어 현지의 많은 주민들에게 플랜테이션 노동을 시킨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의 식민지는 이러한 구조에서 경영되었다. 한편, 「세틀러 콜로니얼리즘」이란 대규모한 인구이동을 수반해 원래부터 현지에 있던 주민들을 쫓아내는 식민지주의다. 전형적인 사례가 유럽인의 북미대륙에의 이민이다. 북미대륙에 입식한 유럽인들은 현지 주민들의 땅을 빼앗아 거류지라고 불리는 땅으로 내몰았다. 현재 선주민 아메리칸/인디언들이 일찍이 보유했던 문화를 잃고 그 부활에 애쓰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선주민의 배제를 수반하는 「세틀러 콜로니얼리즘」은 필연적으로 그들의 문화나 역사도 파괴해 버린다.
아이누도 「세틀러 콜로니얼리즘」에 따른 문화나 역사의 말소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 아이누 사람들 중에는 태어나서부터 쭉 이른바 전통적인 아이누다운 생활을 해 온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홋카이도 박물관의 패널에서는 규슈 출신의 아버지와 삿포로라는 도시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아이누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의 입장에서 배우는 설정이 되어 있다. 이 전시 속에서 아이누의 어머니가 말해주는 이하의 말은 현대 아이누의 실제 생활의 스테레오타입적으로는 환원할 수 없는 복잡함을 표현하고 있다. 「엄마도 남동생도 자신이 아이누다라는 생각은 확실히 가지고 있다. 그런데 둘 다 평소에는 각자의 일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게 뭐랄까, 내 삶의 방식이란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양한 생각·생활방식의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당연한 얘기란 말이지.」
3.과거와 현재의 대화로서의 잃어버린 문화의 부흥
우포포이는 지금의 현대에 살아가는 아이누가 잃어버린 문화를 부흥하는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발신하고 있다. 예컨대 국립 아이누민족박물관의 개관기념 특별전시회에서는 아이누문화와 현대문화 사이에서 아이누가 만들어내고 있는 예술작품이나 지역활동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 특별전시회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신 혼자만 貝澤徹(가이자와 토오루)를 소개하고자 한다. 증조부인 가이자와 우트렌토크는 명치시대의 명공으로 불린 인물이며 가이자와 토오루도 고등학교 졸업 후 가업인 목각을 시작했다. 30대까지는 동물을 모티브로 한 전통적인 목각을 제작했으나 「아이덴티티」라는 지퍼를 내린 옷 너머로 아이누의 전통 문양이 나타나는 작품으로 주목을 끌면서 현대아트로써 아이누 문화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우포포이를 개관할 때에는 의뢰를 받아 「불의 신」을 의미하는 「아페후치카무이」라는 작품을 제작했다.
카이자와 토오루와 같이 잃어버린 문화를 현대의 각 조건 속에서 부흥하려는 시도는 우포포이에 한하지 않고 소수민족에 관한 박물관에서는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인류학박물관을 살펴보자. 캐나다 선주민에 관한 풍부한 전시를 자랑하는 이 박물관은 빌 리드라는 현대 작가의 조각 작품을 모뉴먼트로 전시하고 있다.
빌 리드 「큰까마귀(Corvus corax)와 최초의 사람들」
이 조각은 하이다족의 신화를 표현한 것이다. 해, 달, 별을 낳은 큰까마귀는 거대한 대합 속으로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큰까마귀가 대합을 열자 안에서 최초의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신화이다. 빌 리드 자신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하이다족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외할아버지로부터 조각 기술을 습득했다. 토론토에서 일하는 한편 하이다족뿐만 아니라 캐나다의 선주민인 토템폴을 비롯한 소장품을 연구하여 토템폴 복원이나 자신의 작품의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카이자와 토오루도 빌 리드도 선주민의 전통문화를 어떤 고정된 과거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아트의 형태로 작가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양자의 작품이 가짜나 모조품이라 해서 박물관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틀러·콜로니어리즘에 의해서 상실되어 버린 문화를 선주민들이 현재 놓어 있는 여러 조건 속에서 부흥하고자는 노력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주민 문화는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활동인 것이다.
こ이 일은 이 박물관의 다른 전시물에서도 나타난다. 다음 두 사진 속에 있는 패널은 각각 포트래치라는 의례가 변용된 것에 대한 당사자의 내성과 본래 썩는 대로 두어야 할 토템폴을 보존한다는 것에 대한 논의를 소개하고 있다. 어느 경우라도 캐나다 선주민의 문화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결정화된 것이 아니라 잃어버리게 되어 있는 과거와 변용에 노출되는 현재의 대화로써 전시되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인류학 박물관 전시
4.결론: 문화는 매력적이어야 하는가?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의 개관기념특별전시회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그 점은 적극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포포이가 매력의 발신에 기울고 있어서 전시의 역사적/학술적인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염려해야 한다.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의 전시에서도 「월간 민박」 특집에서도 「(매력적으로) 보이다」는 말이 사용되고 있으나 원래 어떤 민족의 문화란 누구를 매료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매력을 발신하는 것은 일견으로 좋은 일처럼 생각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현대에 있어서의 매력경쟁이라는 무대에 서는 것을 강요 받게 된다. 본래, 어떤 문화의 매력이란 복잡한 것이어서 반드시 일반적으로 좋다고 여겨지는 것이나 보기 좋은 것만이 아니고 때로는 여러가지 결점도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력적으로) 보이다」를 최대의 목표로 하면 복잡성이 사상(捨象) 되어 발신되어 버린다.
오다와라 노도카는 「나는 당신의 아이누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이와 같은 아이누의 매력의 상업화를 비판하고 있다. 이 표현은 2016년의 다큐멘터리영화 「나는 당신의 니그로가 아니다」에 의거한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미국사회에서의 흑인이라는 마이노리티의 이미지가 매조리티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호소한 것이다. 오다와라는 「니그로」를 「아이누」로 대체함으로써 일본의 매조리티 사회가 매력적인 아이누의 표상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우포포이는 아이누 사람들의 주체적인 노력의 성과로 그것은 부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아이누 사람들 측에 「자신들의 문화를 매력적인 형태로 발신해서 인지를 받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라고 하는 감각이 강하게 있는 것이라고 하면 그 감각 자체가 일본 사회 안의 불평등이 나타난 것이다. 우포포이가 내세우는 「공생」이라는 이념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감각이 생겨나는 환경 자체를 논의할 수 있게 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노력은 우포포이나 아이누들만이 강요받아야 할 일이 아닐 것이다.